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사실 그 발언 자체를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첫째, 중국은 한국전쟁(6.25전쟁)의 주요 참전국이자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둘째, 한국전쟁 발발한 것을 기리는 행사가 아니라 중국이 참전한 날을 기리는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을 앉혀놓고 벌인 좌담회에서 저 정도 표현은 과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의 귀에 거슬리는 것은 위의 두가지 이유보다는 발언자의 위치이겠지요. 차기 지도자로 지목받은 시진핑 부주석의 저런 직접적이고 주변국 정서를 고려가 미흡한 발언은 귀에 가시처럼 여겨집니다. 특히 한국전쟁의 당사자이자 중국의 반대편에 섰던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차기지도자의 저런 발언은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그럼 이번 일에 대해 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선 참고자료입니다.

 

爱好和平是中华民族的优秀传统。60年前发生的那场战争,是帝国主义侵略者强加给中国人民的。在侵略者把战火从朝鲜半岛烧到中朝边境、严重威胁新中国安全的危急关头,应朝鲜党和政府的请求,中共中央和毛泽东同志作出抗美援朝、保家卫国的历史性决策。

 

 위의 발언은 시진핑 부주석이 당시 회견장에서 한 말입니다. 간단하게 번역하면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이 겪은 60년전의 그 전쟁은 화염이 중국의 국경선에까지 다달아 신중국의 안보를 위협하였고, 중국은 미제국주의 침략자들에 의해 억지로 전장으로 휘말리게 된 것이다. 모택동동지가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기로 한것은 조선노동당과 정부의 요청에 화답하여, 국가를 지켜낸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자. 이제 요약해볼까요?

 

1. 중국은 한국전쟁에 대해 美제국주의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정의로운 전쟁으로 기리고 있었다.위의 참고자료가 중국의 한국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2.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한국군 참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의 기본 입장과 당시 행사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주변국을 도발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로 보기는 힘들다.(참석자들이 다 참전용사들인데....그렇겠죠?)

 

3. 허나 과거 주요 지도자들의 언행과는 달리 소신이 짙게 배어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4. 만약 6.25기념행사장의 대통령 연설에서 인천상륙작전 후 전쟁을 종결할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중국도 불쾌할 것이다. 뭐 사실은 사실이고 각각의 입장에서 시각차도 분명히 존재한다. 때문에 과거의 적이 현재는 우호적으로 변한 오늘날. 한중 양국의 지도자들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할 때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p.s. 우선 이번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적 인식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한국전쟁은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불립니다. 직역을 하면 미국의 침략에 맞서 조선을 도와준 전쟁이라는 것이죠. 당시 전쟁을 중국 입장에서만 해석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어찌됬든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전쟁 기원에 대한 수많은 설들이 있었지만, 중국은 일관되게 미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조선을 구해주기 위해 치른 불가피한 전쟁이라는 것을 강조했죠.

 최근 들어 일부 학자들에 의한 변화도 중.국.식. 새로운 해석도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항미원조(抗美援朝)란 개념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처럼 북중간의 우호와 협력을 강조하고, 당시 참전자들과 고위 지도자들이 갖은 회견장에서 그런 중국의 개념 여지없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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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dh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