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참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하는군요.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중동지역의 민주화 시위의 영향이 중국에게까지 미칠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우선 제 의견을 적기 앞서 몇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본적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당신 주위의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자신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위의 두 질문 모두에 "예스"라고 답하실 분도 많을 겁니다.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볼 수 있고, 살다보면 나도 나의 모습을 다른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될 때도 있으니까요. 사실 예/아니오라는 답보다는 주관적 시선과 객관적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남들은 지겹도록 보는 내모습을 정작 나는 제대로 볼 수 없네요. 타인의 평가가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점을 일깨워주기도 하지만...대부분의 경우는 내 일부분만보고 추론한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더 많죠. ^^ 다른사람들입장에서는 오랜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여 뱉은 말들을 정작 당사자인 내가 동의하기 힘든 경우를 보면서 주/객관적 견해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며 살아왔습니다. 이 얘기는 철학적인 얘기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다루죠.

 이 얘기의 줄거리를 중국의 경우...혹은 한 나라의 경우에 대입해봅시다. 우리는 "객관적"이라는 미명아래 다른 나라의 과거,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친절하게 결론지어 줍니다. 중국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민중의 자유가 억압받기 때문에 덜 억압받는 위치에 놓인 외국인으로서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정의감도 발현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무엇을 어느정도 원하는지는 우리는 모릅니다. 이것이 핵심이 아닐까요?
 

 세상에 억압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만....자유로운 삶을 주겠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단순하게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유기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그들의 감당할 수 있는 억압의 마지노선이나 그들의 삶에 대한 성향을 외국인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그들의 내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먼저 민주화를 이룩하고,  외국인 입장이라는 아주 "객관적인" 사고접근 방식으로 중국의 민주에 대해서 친절하게 왈가왈부하는 것을 중국인들이 공감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혹시 중국인들은 그런 외국인들을 보고 콧방귀만 뀌지 않을까요? 
 실제로 제가 중국인들의 민주에 대한 생각을 접할 때 그들의 생각이 참으로 독특하다고 느꼈던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저와 그들 모두가 똑같은 민주에 대해서 논하지만 그들은 서방의 민주, 적어도 우리나라의 민주와는 또다른 민주의 개념을 갖고 접근한다고 결론짓게 되더군요. 그런 그들의 민주에 대한 문제를 "객관적인 입장"으로 해결해준다...가능할까요?

 얘기는 또다시 샛길로 빠져 김일성이 죽었을 때 우리나라의 상황을 꺼내봅니다.제가 초등학교 때인데...언론의 보도도 한 몫 했지만 ...어린마음에 김일성이 죽었으니 이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통일되는구나....생각했습니다. 물론 큰 오산이었죠. 제가 뜬금없이 김일성의 사망얘기를 다짜고짜 꺼낸 것은 객관적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때문입니다. 우리는 통일을 바랬기 때문에 은연 중에 우리가 바라는 쪽으로 사건의 진행방향을 예측하고 현 상황을 해석하게 되는 아전인수식의 사고를 거쳤던 것이죠. 한 사건을 접할 때는,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한다고 해도 인간의 뇌를 거치게되면 주관이 개입된 객관적 입장으로 변합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서방이나 기타 자본주의 국가의 학자나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가진 제 3자의 객관적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결국 그 뒤에는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이 몸을 숨기고 있죠. 혹은 "진정 중국에게 이로운 제안이 아니라 자신의 집단에게 유리한 혹은 자신과 중국이 모두 유리한 제안이나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체제하의 중국에서 아무리 소규모의 시위라고 하더라도 중동의 민주화 시위 영향을 받아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당국도 민감하게 대응했겠죠. 하지만 많은 면에서 중국과 중동의 사례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독재(1당전제)체제의 정치체제라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그 속에는 국민의 성향, 의식수준, 사회분위기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중동의 자스민 시위가 중국, 북한까지 퍼져 이들 국가도 민주화에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편협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각주:1]
. 과거 우리의 민주화 운동. 지난 80년대 중국의 민주화 시위, 이번 중동의 쟈스민 혁명... 이들 사회에는 유사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당연히 있죠. 대부분의 차이는 민주화라는 정치발전단계의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와 국민의 주관적인 면이 좌지우지 합니다. 중동의 경우는 잘 모르지만 천안문 사태때 보여준 북경시민의 모습과 최근 항일시위등의 정부주도 시위와 이번 쟈스민시위에서 보여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쟈스민 혁명이 중국에 미친 영향을 전해주는 언론의 관심은 중국에서 이런 민주화 시위가 어느정도까지 일어날 수 있느냐 혹은 이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단속해나가고 있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라고 요약되어 집니다.
정말 중국의 민주화를 원하십니까? 왜요? 중국인들이 불쌍해서?

 이 때문에 전세계 서방 언론과 학계가 그토록 중국의 민주화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을까요? 사실 전 세계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민주화 되지 않은 곳도 비단 중국뿐만이 아닌데요. 

 언론에서 집중하고 있는 중국사회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민중의 각성,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그들의 비호하는 움직임들이 우리가 보고 싶어했던 것이라면....이번 중국의 민주화 행동의 이면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혹은 희망하지 않았던 모습들도 있음을 기억하자구요.
  1. 중국은 확실히 중동과는 여려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북한에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기때문에 확언할 수 없군요. [본문으로]
Posted by cdh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