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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6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편

 사실 바다이야기에 관해서는 한국에 도착한 후 쓰려고 마음먹었다가....미루고 미루고 있던 도중에 언론매체에서 크게 터져서 쓰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런데 역시 우리의 언론 또 다른 먹잇감을 찾으러 나섰고,머리와 꼬리...(시작과 끝은 없이)몸통만 남은 바다이야기 사건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맨 처음 이 소재를 다루고자 했을 때는 우리 사회에서 느껴지는 위기의식에 관한 거였고, 시간이 흐르고 언론의 행태를 보니 언론의 보도내용에 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우선, 위기의식과 관련해 말하자면, 지난 수 년간 울부짖었던 중국 사회의 모습, 수 년간 남걱정 해줬더니 그 걱정이 어느샌가 내 집 안으로 들어온 심정입니다. 예전에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없었다고 생각되어지고, 그렇기때문에 안 배워도 될 것...아니 배워서는 안 될 것을 배워버린 우리사회의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도박에 빠져버린 우리 국민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 우리사회의 무관심이 더 관심이 가더군요.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장과 곳곳에 널리 퍼진 성인피씨방. 그 지경이 되도록 우리 사회의 그 많은 이익단체들과 국민들은 뭘 하고 있었나?의문이 듭니다.

 

 동네 슈퍼나 편의점의 숫자보다 많아진 사행성 게임장. 저기 멀고 먼 어느 시골..상점도 얼마없는 곳에 줄지어 영업중인 사행성게임장.거기다 성인피씨방까지....이런 시설들이 전국을 휩쓸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변해버린 한국 모습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문제인식은 확실했고, 부정적인 인식도 분명하지만 말로만 현실을 탓하고 업주들을 탓할 뿐 실제 무언가 노력한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제가 한국에 있었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겠죠. 개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바쁜일상패턴을 따라가기도 힘든데 나서기란 더 쉽지 않죠. 허나 저런 것들이 개인이기주의라고 하면 과할지 모르겠지만, 평상시 재중한국인이 그렇게도 자주 입에 담던 타인의 일에 무관심한 중국인의 모습이 아닐까요?

 

 개개인은 그렇다쳐도 그 많은 사회(시민)단체들과 기타 부녀회 같은 단체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져?그들의 존재 이유는 저런 사회현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잠잠하던 언론이 바다이야기를 맹공격하기 시작할 무렵 읽었던 기사 중 부녀회(혹은 주민회)에서 단지상가에 바다이야기의 오픈을 저지했던 기사는 그나마 위안을 주기도 했고, 분명히 저런일이 많이 있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더해주기도 했습니다.저 기사에 따르면 기계구입과 인테리어까지 마쳤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고,업소주인은 투자원금만 회수할 수 있도록 3개월만 영업하게 해달라고(3개월이면 본전은 뽑나봅니다.ㅡㅡ) 협상을 시도했지만 씨도 안 먹혔다죠.

 사실 이미 예전부터 크고 작은 일들에서 중국인들의 나쁜 행태를 한국에서도 경험하게 됩니다. 중국가기 전에는 제가 학생이어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저런 경험들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몇몇 부도덕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제가 말하는 것은 이미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모습들 혹은 예전에 우리의 미덕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을 느꼈을 때를 말한 겁니다.

 그 중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은 충격여파가 상당히 컸던 경험이고요.한국사회 곳곳에서 슬픈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우리들의 의식마저도 후퇴한다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나빠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나빠진 이유에 대해서 핑계는 많겠죠. 허나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더욱 구차해지고 더욱 초라해지고 더욱 불쌍해질 뿐입니다.나빠진 후 예전 우리는 혹은 우리 조상들은 ~~~~~해봐야 지금의 내모습은 더욱 작아집니다.

 지금이라도....지금부터라도....우리의 모습을 작게 만드는 일들은 없었으면 하는 큰 희망을 품어봅니다.

 

 두번째로 언론의 행태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 언론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사회관찰과 비판에 소홀했습니다.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되는데 언론은 사건을 이슈화하는 데 실패하였고, 어떤 언론매체도 나서서 심각성을 제기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나서지 않았죠. 더군다나 그들이 이슈화한 바다이야기의 초점은 정치적인 부분이 제일 우선이었습니다.이로써 언론은 편식을 정말 완벽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먹기 싫은 것은 계속 안 먹다가, 맛있다고 하니깐 혹은 생각이 변해서 음식중 평소 자신이 젤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먹는...

 바다이야기의 이슈화이후에도 물론 바다이야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았지만,일단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동기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바다이야기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느니...상품권업체 선정을 둘러싼 의혹과 사실들....그런것들은 훨씬 그전에 파헤쳐졌어야 합니다. 일이 진행되고 있을때 제기되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바다이야기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을 때  제기되었어도 그나마 용납되어지지 않을까요?이미 바다이야기는 전국을 휩쓸고, 업주들은 떼돈벌고,도박의 늪에 빠진 이들이 넘쳐날 때에 와서야...알고보니 그랬다더라라는 식의 보도는 언론에 대한 반감을 넘어 존재이유에 까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한 밤중에 지난 몇 개월동안 혼자 머릿속에서 굴려봤던 내용들을 다 적으려니 산만하기도 하고 엉뚱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써보아도 답답하고 걱정스런 마음은 역시나 가시지 않네요.

Posted by cdh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