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교로 군생활을 했습니다.
 군에서 많은 일이 있지만 오늘은 제.설.작.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참으로 부대안에만 있으면 어쩜 그렇게도 눈이 많이 오는지...차가 없어 교통체증을 염려하지도 않는...눈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는 제가 요즘 눈이 오면 기분이 깨끗해지지 않는 모든 근원은 바로 군대였습니다. 부대의 일원으로서 작전준비태세를 위해서 눈을 치워야하는 당위성은 십분 이해합니다만....아래와 같은 분들이 계셔서 저는 눈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 초전박살형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모 통신사의 광고멘트처럼 일단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때와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 부대원을 동원하여 눈을 치워야 합니다. 물론 24시간 전투준비가 완벽한 부대가 되야겠죠. 그것인 군.인.본.분.이구요. 하지만....하지만.....그래도 새벽에 곤히 자고 있는데 눈을 치우기 위해 비몽사몽 일어나야 한다면...참으로...기분 잡치죠. 이런 유형의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분들은 그런 신념으로 군생활을 해오셨으니깐요.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半초전발살형은 제설작전을 근무화 하는 겁니다. 야간근무와는 별도로 제설조를 편성해서 투입하는....작전준비와 인간미를 조화시켰지만....야밤에 제설작전해야 하는 이들은 죽을 맛이죠.

 2. 깔끔형


 이 유형의 분들은 성격상 완벽을 추구하는 분들입니다. 눈이 내리고 온세상에 눈이 쌓이는 자연현상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해내려는 의지를 갖고 계십니다.작전도로나 주요 보급로를 위주로 제설 작전을 펼쳐도 될 듯한데 일단 눈이 쌓인 곳은 말끔히 정리되어야 합니다. 또 눈을 모아두면 안되고 리어카나 차량을 이용해 후미진곳에 버려야합니다.
 부대원들은 눈치우는 것 자체에 왜 이걸 해야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고, 저와 같은 유형의 일부 장교들은 치워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에 의구심을 갖게 되죠.
 이런 유형 중 방점을 찍은 분이 계셨으니....부대 내 모든 눈을 녹이라 명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눈이 내리고 제설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나...저 분의 저 말한마디에 부대 구석구석에 있는 눈들은 볕으로 몰아넣고 놓여야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장교지만...그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장교였기에 제 의사를 내세우지 못하고 윗 분들의 의견에 따라야 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눈을 치우고 쓸어야 했고요. 물론....이등병과 똑같은 양의 눈을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 군대가 그런곳 아니겠습니까? ㅎㅎ
 장교가 제설작전에 동참하면 솔선수범이요, 안치우고 쳐다보고 있으면 병력통솔이로다... 재수없나요? ㅎㅎ

 다시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런 윗분들도 계셨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1.제설경연대회

 물론 경연대회타이틀은 없었지만, 연병장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고 눈사람을 만들었죠. 조를 나누고 어떤 조가 더 큰 눈사람을 만드느냐가 관건이었죠. 크면 클수록 연병장의 눈은 줄어들고, 눈치우는 사람들은 재미있고 일석이죠겠죠?

 2.현실파지휘관

 각 부대에는 위에서 언급한 초절박살형 혹은 깔끔형 스타일의 간부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눈이오면 자연스럽게 반응하죠. 하지만 그분들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분이 계셨으니 연/대대장님들....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퇴근하시기전에 눈이 내리면 병력들 깨우지말고, 아침 점호 하고 치워라 지시를 하고 가시죠.
 일과 중에 눈이오면 바로 치우지 않고 눈이 그친후에 한번에 치우도록하고요.
 
저러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제 생각과 일치되는 분을 만나서 반갑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인간적인 면을 보아서 좋습니다.
Posted by cdhage